사실 공룡은 지금도 우리의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조류들, 예를 들면 닭도 살아남은 공룡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먼 옛날의 그 무시무시했던 모습은 이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룡의 날카로웠던 이빨은 부리가 되었고, 공룡의 앞 발은 이제 날개가 되었죠.
그런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조류에게 남아 있는 공룡의 흔적이 있습니다.
이 흔적은 조류의 배아가 발달되는 과정에서 잠깐 동안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조류의 새끼는 알 속에서 서서히 성장해 갑니다.
반복되는 세포의 분열을 통해 다양한 기관과 부위가 완성되어 가죠.
그런데 배아의 발달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몰랐던 이상한 특징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특징은 바로,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공룡의 형태가 나타나 있었던 겁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조류의 배아를 CT와 현미경을 통해서 아주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조사의 대상이 된 조류는, 닭, 메추라기, 칠레 도요타조(Chilean tinamou) 그리고 앵무새였습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배아의 골반 뼈와(관골, 臗骨) 근육, 신경을 3D 이미지로 만들었죠.
또한 배아의 발달 과정을 공룡의 진화 과정과 단계별로 자세히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놀랍게도 배아의 초기 발달 과정의 일부가 공룡의 진화 과정과 일치했습니다.
특히 초기 배아의 골반 뼈의 형태가 공룡의 골반 뼈와 아주 많이 닮아 있었는데요.
조류의 배아에서 공룡의 형태를 발견하게 될 줄은 과학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배아의 골반 뼈가 갑자기 형태를 바꾸어 일반적인 조류의 골반으로 변화가 된거죠.
즉, 조류의 배아는 공룡의 형태로 발달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갑자기 형태를 바꾸었다는 겁니다.
이는 마치 공룡으로 발달되다가, '아 맞다! 조류였지?" 하고 급하게 바꾸는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뷰 원문 : "Then, at the last minute, it's like it remembers it's a bird and needs a bird's pelvis.")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조사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조류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는데요.
어쩌면 다른 조류들도 발달 초기에 이러한 공룡의 흔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 이후로도 배아의 골반 뼈는 계속 벌어져서 거의 수평에 가깝게 변화되었습니다.
결국 배아의 골반 뼈는 가슴과 엉덩이까지 벌어져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되었죠.
또한 배아의 치골 역시도 처음의 아래쪽에서 점점 수평의 형태로 이동되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인대나 근육, 힘줄도 거의 재설계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인간의 태아에서 파충류의 특징을 가진 근육이 발견되기도 했었는데요.
어쩌면 발달 중인 생물에게서 조상의 형태가 잠시 나타나는 현상은 생각보다 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번의 발견이 명백한 공룡의 흔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 확실해 지려면, 조류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서 더 많은 증거가 확보 되어야 하죠.
그럼에도 이번의 발견은 진화적 관점에서 아주 중요하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고 있던 닭에 아직도 공룡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니...
이 사실을 알고 닭을 바라보니,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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