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별을 발견했습니다.
S4714라는 이름의 이 별은,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이하 Sgr A*)을 공전하고 있었는데요.
무려 초당 24,00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블랙홀의 주위를 돌고 있었습니다.
빛의 속도가 약 300,000km/s니까, 이 별은 빛의 속도의 약 8%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S4714는 은하 중심에서 발견된 기존의 다른 별들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블랙홀을 돌고 있었습니다.
S4714가 발견되기 전에는 S2라는 별이 블랙홀에 가장 가까운 별로 생각되었는데요.
S2는 블랙홀에서 180억km 떨어진 거리에서 광속의 약 3%의 속도로 이동하며 16년을 주기로 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S2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블랙홀을 돌고 있던 S62라는 별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별은 9.9년을 주기로 약 24억km거리에서 블랙홀을 돌고 있었죠.
참고로 이 거리는 태양과 천왕성 사이의 평균 거리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S62는 초당 20,000km의 속도, 즉 빛의 속도의 6.7%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S4714라는 새로운 별이 발견되었는데요.
이 별은 블랙홀에서 약 19억km 거리까지 접근하여 최대 초당 24,000km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지구를 약 1.5초 만에 한 바퀴 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S4714는 약 20년 전에 제안되었던 가설의 별인 "Squeezar"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체물리학자 탈 알렉산더와 마크 모리스는 거대한 블랙홀을 중심으로 불규칙한 궤도를 가지고 있는 별들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이러한 별들이 블랙홀에 반복적으로 가깝게 접근하게 되면 조력에 의해 별의 에너지 일부분이 열로 변환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첫 번째로 별의 밝기가 평소보다 더 밝아지게 되고, 두 번째로 별이 압착되거나 심하면 별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즉, "Squeezar"는 블랙홀의 주변을 돌고 있는 압착된 형태의 죽은 별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S4714가 "Squeezar"의 최초이자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별들은 어떻게 해서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의 궤도에 붙잡히게 된 걸까요?
이 별들은 한 때 쌍성계를 이루고 있던 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느날 한 쌍성이 블랙홀 쪽으로 가까이 이동하게 되었고, 강력한 중력에 의해 하나의 별이 블랙홀의 궤도에 붙잡히게 되었죠.
그리고 다른 별은 그 반동으로 인해 바깥쪽으로 강하게 튕겨져 나가게 되었을 겁니다.
이러한 현상을 힐즈 메커니즘(Hills Mechanism)이라고 하며, 지금까지 발견된 블랙홀을 돌고 있는 별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과학자들은 Sgr A* 블랙홀 주변에 더욱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S4714보다 훤씬 더 빠르게 이동하는 별들도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죠.
S4714도 무려 광속의 8%나 되는데, 이 별보다 더 빠른 별은 과연 광속의 몇 %까지 가능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세계 최대의 망원경인 ELT(Extreme Large Telescope)의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블랙홀을 돌고 있는 더욱 많은 별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참고로 ELT는 2025년에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블랙홀 주변에서 더 많은 별들이 발견되고 또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블랙홀과 주변의 별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별들이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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