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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신은 태양계를 넘어 수만 광년의 우주를 여행해 왔습니다.
거대한 성간 보이드의 깊이에 용감하게 맞서는 한편, 새로운 태양계의 탄생에서 부터 거대한 별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가장 슬프고 또 아름다운 사건들을 목격하기도 했죠.
이제 당신은 거대한 블랙홀의 어둠속으로 들어가 사건 지평선의 안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당신이 블랙홀의 내부를 탐험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정리를 좀 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블랙홀도 여러가지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블랙홀, 작은 블랙홀, 전하가 있는 블랙홀과 없는 블랙홀,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 한 곳에 머물어 있는 블랙홀과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블랙홀 등등..
당신의 특별한 모험을 위해 가장 간단한 시나리오, 즉 전하가 없고 회전이 없는 거대한 블랙홀을 탐험하는 것으로 가정 하겠습니다.
멀리서 보면 블랙홀은 당신의 생각과는 달리 상당히 조용합니다.
그리고 블랙홀도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거대한 천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죠.
질량은 질량이고 중력은 중력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는 블랙홀은 태양과 동일한 힘으로 주변의 물체를 끌어당깁니다.
굳이 태양과 다른점을 찾아 보자면, 열과 빛 그리고 따뜻함이 좀 없다는 것 뿐이죠.
일반적인 행성의 탐사 위성들처럼 어느정도 거리를 둔다면 충분히 블랙홀 주변을 돌 수도 있을 겁니다.
블랙홀 자체는 특이점, 무한한 밀도의 지점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특이점을 볼 수가 없습니다. 특이점이 사건의 지평선에 의해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블랙홀의 "표면"을 보려면 먼저 이를 가리고 있는 베일을 뚫고 지나가야만 합니다.
블랙홀을 가리고 있는 사건의 지평선은 사실 물리적인 경계가 아닙니다.
어떠한 막이나 표면으로 가려져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특이점으로부터의 특정 거리, 이 한계점을 넘어서면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거리를 말합니다.
즉, 중력의 당김이 너무 극단적이라 빛 자체도 벗어날 수 없는 특이점으로부터의 거리를 말하죠.
어쨋든 당신은 처음의 계획대로 이 경계선을 뚫고 용감하게 블랙홀의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아무리 로켓 연료를 소진하더라도 특이점으로 부터 절대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즉사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블랙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몇 분 정도는 주어진다는 거죠.
특이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작은 블랙이라면 구경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끝나겠지만, 당신이 선택한 태양의 백만 배 정도의 거대한 블랙홀이라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블랙홀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특이점 까지는 가보고 죽어야 덜 억울하겠죠?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그 무엇도 한곳에서 계속 머무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온 당신은 밖에 있었을 때와는 뭔가 많이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내 마음대로 이동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건의 지평선 밖에서는 당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었죠.
그러나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모두 무너지게 됩니다.
이제 특이점은 당신의 유일한 미래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특이점을 향해서만 흘러가게 되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이제 이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이점은 항상 당신 앞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결국 정해진 시간안에 특이점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똑딱 똑딱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특이점을 향해 계속 떨어지던 중 당신은 문득 이곳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깥 우주에서 들어온 빛들이 당신과 함께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빛들의 뒤를 따라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극도의 중력으로 인해 이 빛들은 더 높은 주파수로 변화되고, 시간의 팽창으로 인해 외부 우주가 가속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블랙홀은 모든 질량이 무한히 작은 지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극단적인 중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수 효과(Spaghettification, 또는 스파게티화)"라고 알려져 있는 영화에서나 보던 현상이 점점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하죠.
당신의 몸은 길에 늘어나기도 하며 반대로 강하게 압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효과는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빛들에게도 작용되고 있었습니다.
특이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점점 왜곡되고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특이점은 미래에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으며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보일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 도착하게 될지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 순간 갑자기 거대한 어두움이 나타나 당신의 시력을 모두 흡수합니다.
특이점입니다.
특이점에 도착하게 된 당신은 매우 광대하고 별 특징이 없는, 텅 빈 검은 공간에 착륙한 것처럼 느낍니다.
죽은 걸까 아니면 아직 살아있는 걸까? 당신은 혼란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걸까?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특이점에 도착한 당신이 지구로 돌아와 알려주면 좋겠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 무엇도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는 없습니다.
https://youtu.be/Hy4XgPaU4IE?si=iLIshIzmb_4zPXW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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