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망치로 두드리면 금속이 진동하여 특유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면, 권투 시합 때 사용되는 공(gong)이나 모 TV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징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와 같은 소리는 블랙홀과 블랙홀이 충돌하여 새로운 블랙홀이 탄생할 때도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다만, 이때 발생되는 소리는 음파가 아니라 중력파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블랙홀이 만들어낸 중력파는 과연 어떠한 소리를 내는 걸까?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이 충돌할 때 나는 소리를 검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기술로는 불가능했었던 아주 기념비 적인 사건이기도 하죠.
그리고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블랙홀은 머리털이 없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에서 관측 가능한 것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 뿐인데요.
이러한 블랙홀의 특성을 가르켜 "블랙홀 대머리 정리(no-hair theorem)"라고 합니다.
이는 미국의 물리학자인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가 "블랙홀은 머리털이 없어서 블랙홀끼리 구분을 못하겠다"라고 표현한 것이 시초가 되었죠.
한마디로 블랙홀의 특성이 모두 같아서 뭐가 뭔지 구분이 안된다는 말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질량과 전하, 각운동량만이 유일하게 검출되었기 때문에, 역시 블랙홀은 머리털이 없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된 셈이죠.
그렇다고 해서 블랙홀이 영원이 절대로 털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블랙홀이 머리털이 없는 상태로 또 하루가 지나게 되었을 뿐인 거죠.
그러면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이 충돌하는 소리를 발생시킨 중력파는 2015년 9월에 발생한 "GW 150914"에 의한 것인데요.
과학자들은 이 중력파를 음파로 변환했고, 그 결과 마치 물표면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타났습니다.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지던 바로 그 때, 새롭게 탄생한 블랙홀은 아주 잠깐동안 희미한 중력파를 주변에 던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르켜 "링다운(ringdown)"이라고 하는데요, 링다운은 두 블랙홀이 충돌한 뒤 발생되는 중력파가 절정을 이룬 직후 나타나는 중력파를 말합니다.
이 링다운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새롭게 탄생한 블랙홀의 특성을 관찰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중력파가 너무 미약해서 검출이나 해석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이러한 링다운에 훨씬 더 증폭된 소리(배음,倍音)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예측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분석을 통해서 이렇게 잔잔한 물방울같은 소리를 확인할 수 있게된 거죠.
겉으로는 무척 거대하고 강렬해 보이는 블랙홀이지만, 이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반대로 아주 맑고 경쾌한 소리였습니다.
미래에는 지상과 우주에 더욱 뛰어난 고성능 검출기가 설치될 겁니다.
이러한 차세대 검출기라면 더 쉽게 링다운을 감지할 수 있게 되어 다양한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죠.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드디어 머리털이 있는 블랙홀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2019/09/01 - [과학・ETC] - 블랙홀 2개로 웜홀을 만드는 아주 간단한 방법
2019/08/29 - [자연・폐허・우주] - 블랙홀에서 튀어나오는 정체 불명의 UFO
2019/07/20 - [자연・폐허・우주] - 최초의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 진걸까?
'자연・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홀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0) | 2019.10.10 |
---|---|
별을 찢어발기고 있는 블랙홀의 모습이 포착되다. (0) | 2019.10.07 |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우주의 진실 5 (0) | 2019.09.12 |
달의 뒷면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0) | 2019.09.07 |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을까? (0) | 2019.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