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들이 '십자가'로 봉인하려 했던, 고대 악마의 그림

 

러시아 북쪽, 오네가 호숫가에는 약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1,200점이 넘는 그림, '암각화'가 흩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백조 등의 동물, 기하학적 무늬들이지만, '악마의 코(Besov Nos)'라 불리는 곳에 있는 그림들은 기묘하고 섬뜩한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데요.

 

 

이곳에는 바위의 갈라진 틈을 사이에 두고 새겨진, 길이 2미터의 거대한 '악마' 형상이 있습니다.

 

고대 전설에 따르면, 이 틈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피의 제물'을 바치면 통로였다고 전해집니다.

 

15세기, 이 그림을 '악마의 흔적'이라 여긴 수도승들은 악령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그 옆에 거대한 십자가를 새겨 넣기도 했죠.

 

 

이 암각화들의 진짜 미스터리는 해가 질 무렵 시작됩니다.

 

석영의 붉은 빛이 비스듬히 돌을 비추면, 평평해 보였던 바위 표면에 수천 개의 그림들이 마치 환영처럼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모든 그림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맨 바위만 남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선사시대 시네마토프그래프 효과'라고 부릅니다.

 

왜 고대인은 하필 이곳에 그림을 새겼던 걸까요?

 

그 단서는 하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매년 8월 말, 이곳에서는 한쪽 하늘에서 해가 질 때, 정반대편 하늘에서 거대한 보름달이 떠오르는 경이로운 현상이 관측됩니다.

 

 

이는 암각화에 유독 많이 보이는 원과 반원 모양이, 해와 달에 대한 고대인들의 숭배 사상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죠.

 

악마의 형상, 사라지는 그림, 그리고 하늘의 축제.

 

 

8,000년 전, 오네가 호숫가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과연 이 바위 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었던 걸까요?

 

그 대답은 여전히 돌 돗에 새겨진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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