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유전적으로 놀랍도록 가까운 동물, 침팬지.
하지만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쩌면 바로 그 차이가, 우리와 침팬지가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얼마나 커다란 차이기에, 이 모든 변화를 이끌었을까요?
최근 과학자들은 이 오랜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우리의 DNA에서, 침팬지에게는 없는 아주 기묘한 '네 글자'를 발견하게 되었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우리를 침팬지와 다른 존재로 이끈 결정적인 이유가, 설마 이 고작 '네 글자'의 차이인 걸까요?
그렇다면 이 '네 글자' 속에는, 대체 어떤 놀라운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그러면 지금부터 이 미스터리한 '네 글자' 속에 담겨 있는, 인류 진화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연구는 Nature 2025년 5월 14일 자에 게재되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지구의 수 많은 영장류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래, 인간의 뇌 용량은 이전과 비교해 무려 세 배 가까이 더 커졌죠.
이러한 경이로운 변화는, 자연스레 과학자들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깊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어째서 다른 영장류가 아닌, 유독 인간만이 이토록 극적인 뇌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어떤 특별한 진화적 사건이 우리의 뇌를 이토록 크게 만들었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과 원리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혹시 인간의 뇌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든, 어딘가에 숨겨진 결정적인 유전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죠.
이 풀리지 않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른 영장류의 모든 유전자 정보인 '게놈'을 면밀히 분석하여 인간의 게놈과 비교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뜻밖의 사실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영역, 즉 생명의 직접적인 설계도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인간과 영장류에게서 눈에 띄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들의 활동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켤지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비부호화 영역(non-coding region)'에서는, 인간에게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변화들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었죠.
이는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 악기들을 지휘하여 전혀 다른 곡을 연주하게 만드는 '지휘자'가 다른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부호화 영역' 중에서도 과학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인간 가속 진화 영역(HAR, Human Accelerated Regions)'이라고 불리는, 짧은 DNA의 조각들이었는데요.
물론 이 DNA의 조각들은,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들도 대부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인간의 경우 이 공통 DNA 조각들이, 다른 영장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그리고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변화를 거듭해 온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인간에게 존재하는 이 DNA 조각들을 특별히 '인간 가속 진화 영역(이하 HAR)'이라 부르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의 유전체에서 약 3,000여 곳이나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이 HAR이라는 DNA의 조각들 중 다수가, 우리의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유전자 스위치'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스위치 역할을 하는 HAR들의 상당수가, 바로 뇌가 발달하고 제 기능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핵심 유전자들의 바로 옆이나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거죠.
우리는 여기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간의 HAR이라는 DNA 조각들이, 다른 영장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속도로 진화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HAR들의 특징들은, 과학자들에게 아주 커다란 기대감을 안겨주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이 HAR에 의해서 일어난 독특한 변화들이야말로,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인간의 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발견된 수 많은 '인간 가속 진화 영역(HAR)' 중에서, 이번 연구팀의 시선을 특히 강하게 사로잡은 것은, 바로 'HARE5'라는 이름을 가진, HAR의 한 부분이었는데요.
이 HARE5라는 것은, 우리 몸의 유전 정보가 마치 여러 권의 책이라고 가정할 때, 그 중 '10번 책(염색체)' 의 특정 페이지에 적힌, 약 600여 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비교적 단순한 문장들의 집합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600여 개나 되는 글자들 중에서 딱 네 개의 글자만이, 다른 영장류와는 다른 아주 특별한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거죠.
즉, 다른 영장류들도 인간 가속 진화 영역에 해당하는 DNA의 조각들을 똑같이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HARE5라는 부분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장류의 HARE5에 적혀 있는 600여 개의 문장과, 인간의 HARE5에 적혀 있는 600여 개의 문장에서, 단 '네 글자' 만 다르게 적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네 글자의 변화에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죠.
실제로 이 HARE5는, 우리 뇌가 맨 처음에 만들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우리 뇌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발달하려면, 세포들 사이에 '세포 간 대화 시스템(원트(Wnt) 신호 전달 경로)'이 작동해야 하는데요.
이 대화 시스템을 통해 세포들은 '언제 분열하고, 언제 특정 뇌 부분으로 이동하고, 어떤 종류의 뇌세포가 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중요한 지시 사항들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세포 간 대화 시스템'의 내부에는, 아주 특별한 '수신 안테나(FZD8 유전자)'도 갖추고 있는데요.
바로 이 '특별한 안테나(FZD8)'가, '세포 간 대화 시스템' 내에서, 뇌 발 달에 필요한 핵심 지시들을 수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안테나가 제때, 제대로 작동해야만 뇌가 계획대로, 차질 없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 '안테나(FZD8)'가 언제, 얼마나 활발하게 지시를 받아들일지, 즉 그 성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메인 스위치' 또는 '볼륨 조절기'같은, 결정적인 역할을 이 HARE5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이 독특한 '인간형 HARE5'가, 우리 뇌의 성장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순히 볼륨만 조절하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여전히 깊은 안갯속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HARE5라는, 약 600여 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특정 문장에서,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단 '네 글자'만이 인간과 달랐다는 사실, 그 미세한 차이점이, 과연 이 오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오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연구팀은 마침내 최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가장 먼저, 실험쥐의 배아에서 인간의 HARE5에 해당되는 영역을 정교하게 도려내고, 그 자리에 인간의 HARE5로 바꿔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쥐들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모두가 숨죽여 관찰하기 시작했죠.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형 HARE5를 이식받은 쥐들은 일반 쥐들에 비해 대뇌 피질, 즉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뇌의 핵심 영역이, 평균적으로 약 6.5%나 더 커져 있었던 겁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를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DNA 조각 하나가, 생명체의 뇌 크기라는 거대한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쥐의 뇌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특히 복잡한 사고와 창의성의 중추로 알려진 뇌의 가장 바깥층, '신피질의 부피'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경 세포(뉴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신경 줄기세포, 즉 '방사형 아교세포(radial glia cell)'의 분열과 증식이, 이전보다 훨씬 왕성해진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HARE5라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신경 세포 생산 공장을 더욱 활발하게 가동시킨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인간형 HARE5를 가진 쥐의 뇌에서 단순한 크기 변화를 넘어, 신경 활동 패턴 자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포착했는데요.
마치 잘 조직된 회사의 각 부서가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듯, 쥐의 뇌 각 영역이 이전보다 훨씬 개별적으로 작동하며, 자신만의 기능을 더욱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일반 쥐의 경우, 뇌의 특정 영역이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면, 그 영향력이 주변의 다른 뇌 영역들로 쉽게 번져나가 서로 간섭하는 듯한 모습이 관찰됩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인간형 HARE5를 이식받은 쥐들의 뇌에서는, 각 영역이 자신이 맡은 맡은 정보를 더욱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특징, 즉 '뇌 기능의 분업화' 현상이 훨씬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거죠.
물론 일반적인 쥐의 뇌도 기본적인 기능 분담은 되어 있지만, 인간형 HARE5를 가진 쥐와 비교했을 때는, 그 독립성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이는 뇌가 커지면서 내부 회로의 독립성, 즉 '모듈성'이 강화되어, 복잡한 정보를 더욱 신속하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렇게 물리적으로 뇌가 커진 쥐들의 실제 학습 능력이나, 기억력 같은 지적 능력 면에서도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는데요.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숙제로 남아, 다음 단계의 연구에서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의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해서,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기로 했는데요.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조직을 실험실 환경에서 소규모로 배양하여 만든 '뇌 오가노이드', 우리가 흔히 '미니 뇌'라고 부르는 작은 인공 뇌 구조물을 이용해, HARE5의 역할을 더욱 깊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미니 뇌'는 실제 뇌 발달 과정을 축소판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HARE5의 미세한 작용을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실험 모델이라 할 수 있었죠.
과학자들은 인간형 HARE5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HARE5를 이 '미니 뇌'에 각각 넣은 다음, 그 발달 과정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차이점이 훨씬 더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는데요.
침팬지형 HARE5를 가진 '미니 뇌'에서는 뇌를 구성할 신경 줄기세포, 즉 '방사형 아교세포'의 수가 눈에 띄게 적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발달 속도 역시 현저히 느린 양상을 보였습니다.
반면, 인간형 HARE5를 가진 '미니 뇌'는, 훨씬 더 왕성하게 신경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고 있었죠.
이는 마치 인간형 HARE5가, 신경 세포 생산 공장의 가동 레벨을, 한층 더 강력하게 올린 것 처럼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미니 뇌'를 정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HARE5가 앞서 언급된 세포들 간의 '안테나(FZD8)'를 통해, 뇌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세포 간 대화 시스템(원트(Wnt)신호)'의 정확한 신호 전달 타이밍과 강도를 아주 정교하게 조절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는데요.
이렇게 HARE5가 정교하게 조율해준 덕분에, 궁극적으로 새로운 뇌세포들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들이 이전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늘어나도록 하고, 나아가 이 줄기세포들이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는 등의, 각기 다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여러 종류의 뇌세포들로 더욱 신속하게 성장하여, 제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과정을 엿보게 된 겁니다.
이전까지 과학계에서는 HARE5와 같은 특정 DNA 영역이, 뇌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HARE5가 세포들 사이의 복잡한 대화 시스템에서 마치 섬세한 '조율자'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단서들이나 이론적 가능성은 이미 제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서만 특별하게 나타나는 HARE5의 미세한 유전적 차이가,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 구조나 기능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그리고 얼마나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명확한 실험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연구팀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인간형 HARE5에만 존재하는 단 '네 글자'의 독특한 암호 차이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 '네 글자' 의 차이가 단순한 추측이나 가능성을 넘어, 실제로 뇌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어떻게 바꾸는지 생생한 실험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증명해 보인 겁니다.
즉, 인간형 HARE5를 이식한 쥐의 뇌가 평균 6.5%더 커지고 신경망의 작동 방식이 변화한 현상, 그리고 인공적으로 배양한 '미니 뇌'에서 관찰된 신경 줄기세포의 왕성한 증식과 발달 속도 변화 등은, 모두 이 '네 글자'의 차이가 빚어낸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결과들이었죠.
물론, HARE5는 현재까지 알려진 수 천개의 '인간 가속 진화 영역(HAR)'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인간 뇌 진화의 전체 그림을 이해하고 그 복잡성을 완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HARE5를 포함한 다른 HAR들의 기능과 이들 간의 정교한 상호작용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후속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HARE5에 대한 연구는 인간 진화의 유전적 기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의미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고작 '네 개의 글자', 이 작은 차이가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와 심오한 비밀을 푸는 첫번째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마침내 인류는 스스로의 기원을 밝혀낼 여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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