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과학계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리온 자리 왼쪽 어깨에서 아주 밝게 빛나고 있던 별이 갑자기 어두워졌기 때문인데요.
이 별의 밝기는 몇 주에 걸쳐 무려 평소의 75%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별이 곧 폭발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소문까지 돌게 되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 별은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래의 밝기를 서시히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반대로 과학자들은 무척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이 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그동안 수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드디어 며칠전에 이 오랜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공식적인 결론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별의 이름은 베텔게우스(Betelgeuse) 입니다.
태양보다 수백 배나 더 거대하며,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별들 중 하나죠.
늘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던 베텔게우스는 2019년 9월 경에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몇개월 뒤인 2020년 2월 경에는 밝기가 무려 평소의 75%밑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베텔게우스의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이러한 현상은 처음 관측되는 현상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베텔게우스가 갑자기 어두워진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견들을 내놓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의견은 흑점이나 가스 및 먼지 구름에 의해 별이 가려졌거나 또는 온도가 갑자기 떨어져 어두워졌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논란만 계속 가중될 뿐, 그 어느하나 확실하게 입증되지는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며칠전에 베텔게우스가 어두워졌던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최종 결과가 드디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론 부터 얘기하자면, 당시 베텔게우스는 가스 구름을 분출하자마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응축된 가스 구름이 별을 가리게 되어 어두워졌다는 겁니다.
이러한 결과는 유럽 남방 천문대의 초대형 망원경(SPHERE)으로 촬영한 사진 등을 분석하여 알아낼 수 있었는데요.
과학자들은 운이 좋게도 별이 어두워지기 몇 개월 전인 2019년 1월에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촬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별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던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및 3월에 촬영된 이미지와 비교하면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죠.
당시에 촬영된 사진들을 살펴보면, 2019년 12월에는 남반구 지역에서만 별의 밝기가 약 10%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별의 어두워지는 면적과 모양이 계속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베텔게우스의 표면 온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떨어졌다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 베텔게우스는 약 3,400°C의 표면 온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3,100°C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에는 추가로 200도가 더 떨어져 결국 표면 온도는 2,900°C까지 더 내려가게 되었죠.
별의 밝기 변화와 온도의 급격한 하락이 분명히 관련성이 있어보였지만, 이것만으로 확신하기에는 아직 부족해보였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온도 이외의 가능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지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가장 먼저 베텔게우스가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적색 초거성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렇게 늙은 별들은 수많은 물리학 과정을 거쳐 규산염이 포함된 거대한 가스 구름을 배출할 수 있는데요.
그리고 이렇게 분출된 가스 구름은 별의 열로 인해 가열되어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베텔게우스에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본 결과, 베텔게우스의 가스 구름은 약 6억km ~ 10억km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스 구름들은 베텔게우스의 온도가 갑자기 낮아지면서 그 안에 있던 규산염이 응축되어 서서히 덩어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덩어리진 가스 구름은 가시 광선을 통과시키지 못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이후로 베텔게우스의 밝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베텔게우스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이 먼지 덩어리들이 서서히 분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과거에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여러차례 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별 주위를 가리고 있는 먼지 구름의 존재라던가, 별의 온도가 떨어졌다라는 등의 제안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죠.
문제는 이 두 아이디어를 합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항상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그동안 베텔게우스가 가지고 있던 미스터리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리고 베텔게우스가 폭발할 수 있다라는 소문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되었죠.
물론 베텔게우스는 아주 늙은 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분명히 폭발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대략 10만년 동안은 폭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안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베텔게우스의 미스터리는 모두 풀리게 된 걸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베텔게우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이유 그리고 먼지 구름이 발생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죠.
그리고 또 한가지, 이러한 현상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입니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우리는 베텔게우스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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