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입과 코를 이용해 공기를 흡입하여 호흡을 합니다.
이렇게 흡입된 공기는 우리의 폐로 들어간 뒤 혈액에 녹아 들어 몸의 곳곳에 전달되죠.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긴 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의 포유류가 호흡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포유류들은 입과 코 이외의 다른 기관을 이용해서도 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기관은 바로 항문이었습니다.
동물이 항문으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를 비롯해 아마 대부분의 사럼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수생 생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항문을 통해 호흡을 해 왔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해삼, 민물 메기 그리고 민물 미꾸라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혈중 산소가 급격히 감소될 때 항문을 이용해 산소의 흡입을 극대화 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항문을 이용해서 호흡할 수 있는 포유류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인간도 항문을 통해서 호흡을 할 수 있다면 호흡 곤란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폐렴이나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과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은 항문 인공 호흡기 같은 것을 통해 더욱 편하고 안정적으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게 되겠죠.
물론 그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이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먼저 실험에 이용할 항문 삽입용 산소 환기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는 말 그대로 항문을 통해 장까지 삽입되어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였습니다.
그 다음, 실험용 생쥐를 준비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 그룹의 생쥐들을 모두 마취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취 시킨 생쥐들의 항문을 열어 산소 환기 장치를 살살 안쪽 깊숙히 집어 넣었죠.
이렇게 모든 준비가 완료된 두 그룹의 생쥐들은, 두 개의 실험용 챔버에 각각 나뉘어 넣어졌습니다.
그 다음 과학자들은, 두 챔버의 산소를 조금씩 줄여가며 생쥐들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항문에 산소 환기 장치를 삽입하지 않은 그룹의 생쥐들은 약 11분 정도가 지나자 서서히 의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항문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은 생쥐들의 75%는 50분 이상이나 생존할 수 있었죠.
이는 과학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또한 항문을 통해 똑같이 산소를 공급받았지만 생존하지 못했던 25%의 생쥐들은 생존했던 75%의 생쥐들과 한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차이점은 바로 장의 점막 두께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산소 환기 장치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실험용 쥐들의 장 점막을 얇게 만들었지만, 일부 쥐들에게는 이 과정을 생략했었습니다.
이렇게 장 점막을 얇게 만들지 않은 생쥐들은 평균 생존시간이 약 18분에 불과했죠.
즉, 항문을 통한 호흡이 가능하게 하려면 반드시 장의 점막을 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의 점막을 얇게 만들어야 하는 과정은 아주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호흡에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까다롭고 또 매우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대체 방안으로 과불소화합물(perfluorochemicals)이라는 화학 물질을 준비했습니다.
이 화학 물질은 과거에 호흡 곤란을 겪고 있던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폐에 부분적으로 채워넣었던 물질입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많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어, 호흡곤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임상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었죠.
그래서 과학자들 이 화학 물질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동물 실험을 진행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로 진행된 실험에서는 쥐 뿐만 아니라 돼지도 이용되었습니다.
먼저 과학자들은,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과불소화합물을 항문을 통해 장에 주입하고, 다른 한쪽은 주입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의 실험용 쥐들을 모두 산소 농도가 낮은 챔버 안에 집어 넣고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찰 결과, 과불소화합물을 주입받지 않은 쥐들의 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생존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과불소화합물을 주입받은 쥐들의 활동량은 아주 활발했고, 안정적으로 심장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은, 돼지를 이용해서도 이와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지만. 그 결과는 실험용 쥐와 동일했습니다.
또한, 과불소화합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살아남은 동물들의 장에서 과불소화합물을 모두 제거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는데요.
과불소화합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쥐와 돼지의 산소 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와왔습니다.
이러한 실험이 아직 사람에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현재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실험이 사람에게도 성공하게 된다면, 중증의 호흡 곤란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몇몇 나라에서는 코로나 19 환자들을 위한 인공 호흡기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겪고 있는데요.
항문을 이용한 산소 공급이 활성화 된다면, 미래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직은 안정성과 액체가 흘러나올 수 있다는 조금 지저분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어쩌면 미래에서는 산소 호흡기가 얼굴이 아닌 항문에 삽입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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