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우주

과학자들은 호킹 복사를 관찰하기 위해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냈습니다.

신비과학 2021. 3. 5. 23:00

블랙홀의 중력은 너무 강력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 조차도 블랙홀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죠.

 

하지만 스티븐 호킹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블랙홀이 물질을 먹어 치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상당량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방출에 의해 블랙홀도 언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죠.

 

최근 과학자들은 이러한 스티븐 호킹의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냈습니다.

 

 

 

우주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진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공간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수한 입자의 쌍으로 요동치고 있죠.

 

이때 나타나는 한 쌍의 입자들은 서로 반대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소멸됩니다.

 

양자 요동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블랙홀의 주변에서 일어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 주변에서 나타나는 한 쌍의 입자 중 음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는 블랙홀로 흡수되고 양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는 우주로 방출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즉, 블랙홀은 물질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바깥쪽으로 뿜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 바깥쪽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우리에게 빛의 형태로 관찰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그다지 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음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계속해서 블랙홀 안쪽으로 떨어지게 되면 결국 블랙홀은 모든 질량을 잃고 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가리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고 합니다.

 

 

하지만 호킹 복사는 정확히 증명된 현상은 아닙니다.

 

블랙홀을 직접 관측해야만 호킹 복사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지를 알아 낼 수가 있죠,

 

그런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블랙홀을 직접 관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블랙홀과 비슷하게 동작하는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호킹 복사가 일어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먼저 8000개의 루비듐 원자를 준비한 뒤, 이들을 거의 절대 0도에 가깝게 냉각시켰습니다.

 

입자들을 이렇게 극도로 낮은 온도로 냉각시키면 입자들은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e)이라는 상태로 변하게 되는데요.

 

입자들이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 상태가 되면 각각의 입자들은 독립성을 잃고 하나의 집단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실험에 이용된 8000개의 루비듐 원자들도 마찬가지로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 상태가 되자 마치 하나의 원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 이후 과학자들은 이 원자들을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 뒤, 중간 지점에 폭포와 비슷한 에너지의 절벽을 만들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만든 유사 블랙홀의 모습

 

이 에너지의 절벽을 넘어서게 된 원자들은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흘렀고, 절벽 바깥쪽의 원자들은 소리의 속도보다 더 느리게 흘렀죠.

 

즉, 절벽의 안쪽은 블랙홀의 안쪽, 절벽의 바깥쪽은 블랙홀의 바깥쪽이 되며, 그 중간 지점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블랙홀과 비슷하게 동작할 수 있는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극저온 환경에서 응축된 원자들의 흐름은 공간을 미세하게 진동시키게 되는데요.

 

이러한 진동은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음향 양자(Phonon)라고 하는 한 쌍의 준입자를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쌍의 음향 양자 중 한쪽은 과학자들이 만든 사건의 지평선 안쪽으로 흘러들어갔고 나머지 한쪽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는 점입니다.

 

이 때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아주 미약한 방사선을 감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음향 양자는 두 번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유사 블랙홀에서 관찰된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 유지되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124일 동안 총 97,000번의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수 많은 반복 실험의 결과 이러한 현상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스티븐 호킹이 약 50년 전에 예측했던 호킹 복사와 아주 유사해 보이는 결과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스티븐 호킹이 예측했던 것 이상의 현상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실험이 계속 진행될 수록 이곳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죠.

 

물론 이번의 실험이 실제 블랙홀을 관측해서 얻어진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호킹 복사를 완벽히 증명했다고 말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연구는, 블랙홀에서 에너지가 방출될 수도 있다는 스티븐 호킹의 생각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계속 발전시켜 호킹 복사가 계속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말대로 블랙홀은 정말 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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