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물렁물렁한 재료로 만든 목이 늘어난 피규어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머리를 잡고 앞으로 쭈욱 댕기면 이러한 모습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자세히보면, 이 동물은 목이 늘어난 피규어가 아니라 타니스트로페우스(Tanystropheus)라는 실제로 존재했던 고대의 파충류입니다.
과학자들은 마침내 이 파충류의 목이 이렇게 길었던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긴 이 목뼈 화석은 무려 170년 동안 고생물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 동물 화석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미스터리가 드디어 풀리게 되었습니다.
이 화석의 정체는 약 2억 4천 만년 전에 살았던 타니스트로페우스라는 파충류입니다.
당시 타니스트로페우스의 길이는 5미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목의 길이가 몸 길이의 2배가 넘는 무려 3미터에 달했습니다.
얼핏보면 목이 엄청나게 긴 아주 괴상한 악어처럼 보이기도 하죠.
발견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이 파충류의 목이 이렇게 길었던 이유는 완전한 미스터리로 남아있었습니다.
일단 타니스트로페우스 화석에서 가장 특이했던 부분은 바로 목뼈의 모양입니다.
파충류였음에도 불구하고 뱀이나 도마뱀 등이 아닌 기린의 목뼈를 많이 닮아있었죠.
참고로 이 동물의 화석이 1852년에 처음 발견되었을 때, 생물학자들은 익룡의 날개 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발견된 화석들의 크기도 두 가지의 종류로 나누어져 있었는데요.
한쪽은 5~6미터의 크기, 다른 한쪽은 1~1.5미터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크기가 더 작은 화석들이 단순히 타니스트로페우스의 새끼인건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종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 작은 화석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단서는 화석의 깊숙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가 줄기 안에 나이테를 만드는 것 처럼 뼈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죠.
이것을 찾기 위해 생물학자들은 X-ray와 CT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화석의 3D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작은 크기의 화석들을 분석해본 결과 새끼가 아닌 성체였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즉, 작은 크기의 화석과 커다란 크기의 화석은 사실 종 자체가 달랐던 겁니다.
결국 생물학자들은 큰 개체에게 타니스트로페우스 하이드로이데스(T.hydroides)라고 이름을 붙여줬고, 작은 개체에게는 타니스트로페우스 롱고바르디쿠스(T. longobardicus) 라는 이름을 붙였줬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모두는 타니스트로페우스 속에 속해있지만, 종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개골의 3D 모델을 분석해서, 아주 중요한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의 두개골에는 마치 악어처럼 주둥이 위 쪽에 콧구멍이 붙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타니스트로페우스는 윗쪽에 나있는 콧구멍으로 호흡하며 물속에 숨어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겁니다.
다리와 꼬리를 비롯한 몸의 구조는 수영을 하는데 전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긴 목은 생존하는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휘어진 형태의 길다란 이빨은 두족류나 물고기를 사냥하는데에 아주 효율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생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타니스트로페우스 롱고바르디쿠스가 새우와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 먹었고, 타니스트로페우스 하이드로이데스와 같은 큰 종들은 물고기와 오징어를 잡아 먹었을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이렇게 이 두 종은 먹이가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약 2억 4천 2백만 년 전에 살았던 이 동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려 발견된지 170년 만의 일입니다.
얕은 바다에 엎드려 머리를 물 위로 높이 올린 채 콧구멍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던 그 모습을 말이죠.
그리고 길을 잃은 오징어나 작은 새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을 겁니다.
이러한 모습의 타니스트로페우스는 여전이 우리에겐 아주 특이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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