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과학자들은 아주 특이한 새를 발견했습니다.
이 새의 이름은 붉은가슴밀화부리(rose-breasted grosbeak)라고 하는데요.
수컷 붉은가슴밀화부리는 오른쪽 날개 윙(wingpit)부분이 분홍색으로 되어 있고 검은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컷은 날개 윙 부분이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갈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붉은가슴밀화부리는 오른쪽은 수컷의 특징을, 왼쪽은 암컷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이 새는 하나의 몸에서 암수의 특징이 같이 발달한 자웅 모자이크(또는 암수 모자이크, Gynandromorph) 동물이었습니다.
자웅 모자이크는 자웅 동체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자웅 동체는 하나의 몸에 수컷과 암컷의 생식 조직이 모두 만들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자웅 모자이크는 몸의 양쪽에 수컷과 암컷의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죠.
쉽게 말해서 자웅 모자이크는 아수라 백작을 떠올리면 이해가 더 빠를 겁니다.
물론 모든 자웅 모자이크 현상이 반드시 대칭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자웅 모자이크 현상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데요, 특히 포유류나 조류에서는 극도로 드뭅니다.
약 수십만 마리의 조류 데이터베이스에 10마리 미만의 자웅 모자이크 현상이 기록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 이상한 현상은 주로 파충류나 곤충 또는 갑각류에서 가끔 보고되고 있죠.
이것이 바로 이번에 발견된 붉은가슴밀화부리가 생물학계에서 아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 이 붉은가슴밀화부리는 날개의 오른쪽은 수컷의 특징을 왼쪽은 암컷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날개 뿐만 아니라 꼬리 쪽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발견되었는데요. 꼬리의 오른쪽은 검은색이었고 왼쪽은 갈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자웅 모자이크의 특징은 생식기나 뇌의 구조로도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과학자들은 자웅 모자이크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정확히 모릅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죠.
붉은가슴밀화부리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중에서도 한가지 가능성을 특히 높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두 개의 정자가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핵을 가진 난자를 수정하는 아주 특이한 사건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 난자는 한쪽에서 남성 성 염색체를, 다른 한쪽에는 여성 성 염색체를 발달시킬 수 있으며, 결국 몸의 한쪽에는 수컷의 특징을 다른 한쪽에는 암컷의 특징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웅 모자이크로 태어난 이 새는 과연 번식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조류의 오른쪽 난소는 퇴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왼쪽 난소만 제기능을 하게 됩니다.
다행이도 이 새는 왼쪽이 암컷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새끼를 낳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난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발견된 붉은가슴밀화부리는 짝짓기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컷 붉은가슴밀화부리는 노래를 이용해서 암컷을 유혹하는데요.
과연 이 새가 정상적인 수컷 또는 암컷처럼 행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노래를 불러서 암컷을 유혹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다른 수컷의 노래에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거죠.
즉, 다른 암수에 반응하는 정상적인 신경망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러한 동기를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분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새를 실험실로 데려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새는 영원히 짝을 지을 수 없는 불행한 운명을 맞이 하게 될까요? 아니면 암수 모두와 짝을 지을 수 있는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요?
이 새의 미래에 멋진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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