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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대부분의 일들을 금방 잊어버립니다.
강렬한 경험 또는 사건의 반복을 통해서만 기억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지만, 과학자들은 뇌의 기억 메커니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 메커니즘은 고대의 바이러스에서 유래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기억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Arc라는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대뇌 전두엽 피질과 해마 그리고 편도체 등 기억과 관련된 영역에서 기억이 형성될 때 뉴런과 시냅스의 활성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Arc 단백질 생산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기억 상실증이나 알츠하이머 병 등이 생길 수 있죠.
Arc 단백질은 mRNA와 함께 시냅스 소포라고 하는 세포 소기관 안에 담겨 뉴런 사이에서 전달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동물의 기억과 아주 깊게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이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없게 조작된 실험용 쥐들은 장기 기억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용 쥐와 파리의 Arc 단백질에 대해서 정밀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은 레트로바이러스들이 가지고 있는 Gag라는 단백질과 아주 비슷해 보였죠.
Gag 단백질은 숙주의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캡시드라는 보호용 껍질을 만들어내는데요.
이러한 캡시드는 바이러스 입자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유전 물질을 전달하게 됩니다.
Arc 단백질 역시 캡시드와 비슷한 물질을 만들어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물질은 세포막 조각으로 포장되어 소포의 형태로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있었죠.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 중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는 처음보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말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사실 생물의 게놈에는 아득한 먼 옛날부터 감염된 바이러스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게놈에 자신의 유전 정보를 기록하고 또 자신 복제하는데요.
극히 드물게는 생식 세포에 감염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숙주의 후손에게까지 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는 대부분은 무해하고 또 비활성화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유류의 태반 형성과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가 바이러스 성이라고 판명되기도 했었죠.
또한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졌는데요.
실험용 쥐와 파리가 이 유전자를 획득한 시기와 바이러스가 서로 달랐다는 겁니다.
즉, 바이러스 유전자의 진화는 각각의 생물을 통해 독자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거죠.
사실, 인간의 게놈 안에도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들이 100개 이상이나 존재합니다.
이렇듯 바이러스 감염은 생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도 있지만, 생물은 바이러스가 남긴 코드를 약삭빠르게 재이용하여 생존력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바이러스 유전자의 재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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