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보다 무려 360억 배나 무거운, 관측 역사상 가장 거대한 블랙홀이 우리에게서 약 50억 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의 심장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리오그란데・도・술 연방대학(UFRGS)과 영국 포츠머스 대학(University of Portsmouth)의 공동 연구팀이 이룬 쾌거입니다.
이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지, 연구 논문이 실린 학술지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거대한 블랙홀"이라는 단정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흔히 '가장 무거운 블랙홀'로 TON 618(태양 질량의 660억 배)이나 피닉스 A*(Phoenix A*, 태양 질량의 1000억 배)를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왜 360억 배에 불과한(?) 이 블랙홀이 '역사상 가장 거대하다'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발견의 무기는 압도적인 '정확도'에 있습니다.
이전의 기록들이 '추정치'에 가까웠다면, 이번 발견은 '직접 측정'에 기반한 확고한 증거를 제시한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블랙홀 후보들은 많았지만, 그 무게는 늘 불확실성의 안개에 싸여 있었습니다.
TON 618 (추정치: 태양의 660억 배): 이 값은 블랙홀 주변에서 나오는 엄청난 빛(퀘이사)을 보고 간접적으로 추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의 챔피언들은 그 무게를 증명할 확실한 '계측기' 없이 왕좌에 앉아 있었던 셈입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삼켜버리기 때문에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주변의 별이나 가스의 움직임을 통해 그 존재와 질량을 간접적으로 알아냅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블랙홀도 주변 별들의 궤도 운동을 분석해 태양의 약 400만 배라는 정확한 질량을 계산해냈습니다.
하지만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별들은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포착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연구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자연 현상, '중력 렌즈'에 주목했습니다.
중력 렌즈 효과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천체 사이에 거대한 은하가 위치할 때, 이 은하의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마치 돋보기 렌즈처럼 뒤쪽 천체의 빛을 굴절시키고 확대하는 현상입니다.
연구팀은 '코즈믹 호스슈(Cosmic Horseshoe)'라 불리는 특별한 중력 렌즈 은하를 관측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이름은 배경 은하의 모습이 이 중력 렌즈 효과 때문에 말발굽(horseshoe) 모양으로 왜곡되어 보이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 핵심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하는 천재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초대형 망원경(VLT): 은하 중심부 별들의 속도 분포를 측정했습니다.
별들은 중심 블랙홀의 중력이 강할수록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이 두 가지 관측 데이터(빛의 휨 + 별의 속도)를 동시에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블랙홀 질량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태양의 360억 배였습니다.
이 값은 통계적으로 우연일 확률이 극히 희박한 5시그마(5σ)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하며, '직접 측정'된 블랙홀 중 가장 무거운 값으로 공식 등극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360억 태양 질량의 블랙홀은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더 알려줍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가장 무거운 블랙홀을 발견한 것을 넘어, 중력 렌즈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조용한' 블랙홀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 유럽 초거대 망원경(ELT)이나 30미터 망원경(TMT)과 같은 차세대 장비들이 가동되면, 이 방법을 통해 우주 초창기에 숨어 있는 더 많은 '어둠의 거신'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진화해 왔는지, 그 거대한 역사의 비밀을 마침내 풀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그 숫자가 담고 있는 '확실성'으로 진정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360억 태양 질량의 블랙홀.
이 발견은 이제 막 우주 거대 구조의 비밀을 파헤치는 서막을 열었을 뿐입니다.
과학자들, 블랙홀로 탐사선 보낸다… 인류 최초의 '100년 임무'
과학자들, 블랙홀로 탐사선 보낸다… 인류 최초의 '100년 임무'
마치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 인류가 블랙홀의 가장 깊은 곳으로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과학자들이 바로 이 담대한 계획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상하이 푸단대학
livelive.tistory.com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우주 5대 미스터리. 우주에 총알 구멍이?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우주 5대 미스터리. 우주에 총알 구멍이?
우리는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극히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우주에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미스터리들이 아주 많이 남
livelive.tistory.com
블랙홀의 내부에서 '화이트 홀'의 상태가 발견되었다!
블랙홀은 그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삼켜버립니다. 그 강력한 중력은 심지어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죠.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블랙홀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그
livelive.tistory.com
| '가장 추움' 타이틀 하나로 30년째 군림하는 고인물 성운 ㄷㄷ (5) | 2025.08.11 |
|---|---|
| 과학자들, 블랙홀로 탐사선 보낸다… 인류 최초의 '100년 임무' (5) | 2025.08.10 |
| NASA도 숨길 수 없었다... 화성 탐사선이 찍어 보낸 '충격적인 사진'의 정체 (2) | 2025.08.09 |
| 태양계에 침입한 괴물체, 단순 혜성인가 외계 함선인가? (3) | 2025.08.09 |
| 과학자들은 지금 우주가 가짜일 확률이 99.9%라고 계산했습니다. (3) | 2025.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