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기론 물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 전도체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물 자체가 전기를 잘 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에 섞여 있는 다양한 불순물들이 전기를 잘 통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죠.
사실 순수한 물, 즉 H2O를 제외한 모든 불순물들을 제거하면 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절연체가 됩니다.
그리고 이 순수한 물은 특정 조건만 만족되면 놀랍게도 금속으로도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에는 다양한 불순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앙한 미네랄과 이온에서 부터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까지 정말 다양한 불순물들이 녹아들어가 있죠.
물이 다른 물체와 닿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그 즉시 물은 다양한 불순물들과 섞이게 됩니다.
물에서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다양한 불순물들이 전기가 잘 통하게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물에서 모든 불순물들을 제거하면 어떨게 될까요? 그래도 전기가 잘 통하게 될까요?
실제로 물에서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면, 전기는 더 이상 물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한 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절연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순수한 물에서도 전기가 잘 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순수한 물을 금속으로 만들면 됩니다.
아주 놀랍게도 순수한 물에 극도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순수한 물은 금속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물에 극도의 압력을 가하게 되면 물 분자들은 함께 뭉개지게 되고, 각 원자를 둘러싸고 있던 전자들의 궤도(Electron shell)도 서로 겹처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들은 각 분자 사이에서 자유롭게 흘러다니게 되어 물을 금속으로 변화시킬 수 있죠.
문제는 물을 금속으로 만들려면 약 1500만 기압(atm, 150만 메가파스칼)의 기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정도 수치의 압력은 지구의 대기압보다 수 천만 배나 더 높은 압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물이 금속이 되려면, 목성이나 해왕성, 천왕성의 중심부 정도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튼 극도의 압력을 이용해서 물을 금속으로 만드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보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을 금속으로 바꿀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칼리 금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알칼리 금속은 나트륨과 칼륨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금속으로, 전자를 아주 쉽게 외부로 방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칼리 금속은 극도의 높은 압력이 없어도 전자를 유도해 내서 서로 겹쳐지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칼리 금속은 아주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바로 액체 상태의 물에 대한 반응성이 아주 높다는 건데요, 심하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알칼리 금속의 물 반응성을 어떻게든 낮출 수 있다면, 알칼리 금속에서 전자를 유도해서 물을 금속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아이디어는 액체 금속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트륨과 칼륨으로 이루어져 있는 액체 금속인 나트륨-칼륨 합금을 이용하는 거였죠.
과학자들은 나트륨-칼륨 합금을 주사기에 가득채운 뒤 진공 챔버 안쪽에 설치했습니다.
그 다음 주사기에서 아주 소량의 나트륨-칼륨 합금을 짜낸 뒤, 순수한 물의 수증기에 노출시켰는데요.
그러자 순수한 물의 수증기는 합금 방울 표면에 0.1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막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합금 방울의 전자(금속 양이온 포함)는 순수한 물로 이루어진 막 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수한 물의 막은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죠.
과학자들은 황금빛으로 변한 막의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 막이 금속으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막은 순수한 물을 극도의 압력을 가했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금속과 동일한 수준의 금속성으로 띠고 있었습니다.
이번의 연구는 지구에서도 금속성의 물이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는 거대한 가스 행성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는데도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해왕성이나 천왕성의 내부에는 액체 형태의 금속성 수소(liquid metallic hydrogen)가 소용돌이 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목성은 극한의 압력으로 인해 우리가 실험실에서 구현한 형태의 금속성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죠.
실험실에서 거대 행성의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재현했다는 점도 아주 흥미롭지만, 물이 금속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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