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끝에서 아주 놀라운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카이퍼 대(kiper belt)라고 하는 태양계의 가장 먼 곳에서 "아로코스(arrokoth)"라는 이름의 특이한 미행성이 발견된 건데요.
(미행성 : 태양계가 생겨날 때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천체, 행성 이전의 단계)
NASA의 탐사선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이 미행성은 땅콩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등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름 약 31km 정도의 아로코스 미행성은 약 40억 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지금까지 탐사선이 직접 방문하여 관측한 천체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또 가장 오래된 천체이기도 하죠.
지구에서 더 가까운 소행성 대를 살펴봐도 이정도로 찌그러진 소행성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아로코스는 태양계의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미행성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행성의 기원을 연구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는 천체죠.
2019년 NASA의 탐사선 뉴 호라이즌이 지구에서 약 64억km 떨어진 곳에 있는 아로코스를 스윙 바이(Swingswing-by)하려고 할 때 이 소행성을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스윙 바이 : 우주 탐사선의 항법 중 하나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를 조정하는 방법)
아로코스를 살펴본 과학자들은 이 미행성이 기존의 행성 형성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작은 천체들이 빠르게 부딪히고 합쳐져 행성이 만들어진다는 "계층 강착설(hierarchical accretion)"을 믿고 있었죠.
하지만, 아로코스의 이러한 모양은 두개의 천체가 시속 약 15km/h의 아주 낮은 속도로 천천히 부딪혀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미행성은 갑작스러운 천체들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가스와 먼지 등 작은 물질들이 아주 천천히 모여들고 응축되어 만들어졌던 거죠.
이번의 발견으로 인해 작은 천체들과 물질들이 천천히 합쳐서 행성이 형성된다는 설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미행성으로는 화성의 포보스와 데이모스, 해왕성의 트리톤을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미행성들의 존재는 우리의 태양계가 오랫동안 이러한 과정을 거쳐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카이퍼 대에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미행성들이 많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아로코스의 표면은 아주 희귀한 물질들로 덮여 있었는데요.
그 물질 중 하나는 메탄올로 이루어진 얼음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물과 메탄 형태의 얼음이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요.
비록 이번에 물은 감지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메탄올 얼음 이외에도 아직 특정되지 않은 다양한 유기 화합물도 발견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뉴 호라이즌은 단 며칠만에 아로코스를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콩 소행성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다고 할수 있죠.
우리가 아로코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카이퍼 대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탐사선이 필요합니다.
만약 카이퍼 대를 자세히 조사할 수 있게 된다면, 태양계의 초기 모습과 행성의 형성 과정 그리고 태양계의 외곽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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