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갑자기 아주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들과 이론들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멋진 책이었죠.
하지만 이상한 점은, 누가,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작가도, 출처도 없는 아주 이상한 책이 갑자기 나타나게 된 거죠.
또 어느날에는 한 낯선 사람이 "사실 저는 인류의 시작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내세우는 유일한 근거는,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듯한 비논리적이고 기묘한 '기억'뿐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무시해 버릴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에 발표된 한 논문은, 이 '말도 안되는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특정 양자역학 현상이 일어날 경우, 작가 없는 책이 뚝딱 완성되어 나타나거나, 출처 모를 기억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모든 공상과학 같은 시나리오는 어떻게 가능하다는 걸까?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파생된 하나의 개념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름하여 '닫힌 시간꼴 곡선(CTC)'.
시공간이 마치 거대한 고리처럼 연결되어 현재가 과거와 미래에 맞닿아 있는, 영원한 시간의 루프를 의미합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닫힌 시간꼴 곡선'이라는 개념에서 힌트를 얻어, '시간 여행'이라는 매혹적인 상상을 펼쳐왔죠.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에 대한 호기심은,수많은 공상 과학 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상은 언제나 거대한 의문을 동반하게 되는데요.
만약 영화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가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다면,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즉, '할아버지의 역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과거로 돌아가 나의 할아버지를 해친다면, 과연 '나'라는 존재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이처럼 시간 여행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많은 수수께끼와 풀리지 않는 모순들을 우리 앞에 던져놓습니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는 이 해묵은 역설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내놓기 시작했는데요.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나아가 열역학의 관점까지 총동원한 최신 연구들은, 시간 여행의 모순이 사실은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닫힌 시간꼴 곡선(CTC)'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시간 루프 전체에 걸쳐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거대한 '강제력'이 작용한다는 거죠.
이 가설에 따르면, 시간을 거스른 관찰자나 물질은 루프를 통과한 뒤, 반드시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심지어 시간 여행 중에 만들어진 기억까지도 남김없이 완전히 소멸됩니다.

결국, 그 악명 높은 '할아버지의 역설'을 포함한, 그 어떤 인과율의 모순도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쉽게 말해, 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 아무리 역사를 바꾸려 해도, '역사 복원 시스템'과 '강제 초기화'라는 이중 안전장치가 작동해, 모든 모순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최신 연구가 우리가 맨 처음 던졌던, 그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까지 제시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저자가 없는 책'과 '근거 없는 기억을 가진 사람'의 출현 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시간 루프가 발생하는 바로 그 순간, 일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열역학 그 어떤 법칙도 위배하지 않으면서, 그런 기이한 존재들이 무(無)의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생성될 수 있음을 완벽하게 설명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이 놀라운 이야기의 진실을 추적해보려고 하는데요.
왜 저명한 이론물리학자들이 '시간 여행'을 진지하게 논의하는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역설'이 왜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져 왔는지, 그 배경을 먼저 되짚어볼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신 과학이 밝혀낸 '모순 없는 시간 여행'의 경이로운 모습과 함께, '저자 없이 존재하는 책', '정체 모를 기억을 안고 나타난 사람'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그 모든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번 연구는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에 정식 게재되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그 이론 속에서 '중력'은, 우리가 알던 단순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즉 시공간 그 자체를 휘게 만드는 거대한 힘으로 묘사되고 있죠.
우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일정하게 흐른다"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착각에 불과한데요.
이미 수많은 실험이 증명했듯, 시간의 흐름은 중력의 세기나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달라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원자 시계 실험'입니다.
지구 표면보다 중력이 아주 약간 약한, 조금 더 높은 곳에 원자 시계를 두는 것만으로도, 그 시계의 시간은 지상보다 미세하게 더 빨리 흐르게 되죠.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봅니다.
만약 인류가 이 '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뒤틀림'을 아주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와 미래를 잇는 거대한 고리, 즉 시작점과 끝점이 같은 '시간의 루프'를 만들어 내는 것이...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내놓은 대답은, 이론상 '그렇다'입니다.
그 해답의 실마리는 1949년, 수학자 쿠르트 괴델이 찾아냈는데요.
그는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 속에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충격적인 해법, 즉 시작점과 끝점이 이어진 '닫힌 시간꼴 곡선(CTC)'이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거대한 질량을 가진 원통을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티플러의 원통'과 같은 구체적인 모델들을 제안하게 되었죠.

이 모델들의 핵심 원리는 바로 '틀 끌림(Frame-dragging)'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초고속으로 회전할 때, 그 강력한 중력은 주변의 공간뿐 아니라 '시간'까지 함께 끌어당겨 휘젓게 됩니다.
마치 회전하는 컵이 안의 액체를 휘젓는 것처럼, 시공간 전체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는 되는 거죠.
이 효과가 충분히 강해지면, 시공간의 경로 자체가 뒤틀려 과거와 미래가 고리처럼 연결되는 '닫힌 시간꼴 곡선(CTC)'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4차원의 시공간을, 길게 늘인 찰흙이라고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운데요.
그 찰흙의 양 끝을 구부려 이어 붙이면, 시작점과 끝점이 하나로 만나는 완전한 고리가 탄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 1월 1일과 2025년 1월 1일의 시공간이 고리로 연결되었다면, 2024년 12월 31일의 다음 날은 다시 2000년 1월 1일이 됩니다.
이 루프 안에 갇힌 여행자는 시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같은 역사를 반복하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이 기묘한 시간의 고리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시간 여행'과 같은 것일까?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 시간 여행이 원하는 시간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타임머신'이라면, 닫힌 시간 곡선은 출구 없는 원형 트랙에 갇히는 '시간의 감옥'과도 같은데요.
이 안에서는 정해진 역사를 영원히 반복할 뿐, 과거를 바꾸거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답답하고 제한적인 모델을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이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과학적인' 시간 여행의 모델이기 때문이죠.

자유로운 시간 여행은 "만약 가능하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닫힌 시공간 곡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거대한 학문적 토대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 '수학적 결과'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묘한 시공간 구조가, 실제로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 주변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 모든 것을 현실로 구현하려면,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막대한 에너지와, '음의 에너지'를 가진 미지의 물질 등이 필요합니다.
물론 인류가 이 모든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시공간의 문을 연다 해도,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시공간 구조 자체의 결함이 아닌, 그 안에서 활동하는 생명체, 바로 우리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논리적 모순', 즉 '역설(Paradox)'입니다.
그리고 그 역설의 왕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할아버지의 역설'이죠.
만약 내가 '닫힌 시간꼴 곡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의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할아버지가 없으면 나의 부모님도, 당연히 나 자신도 태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조차 없게 된다면, 과거로 간 그 존재는 대체 누구일까?
이것이 바로 '할아버지의 역설(Grandfather Paradox)'입니다.

과거에 개입하는 행위가 야기하는 치명적인 자기 모순을 상징하며, 우리의 인과율, 즉 원인과 결과라는 세상의 근본 법칙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게 되죠.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 법칙을 찾아낸다 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행동이 이처럼 논리적 파탄을 일으킨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이 문제 때문에 '할아버지의 역설'은 오랫동안 시간 여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해결 불가능한 철학적 난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의 고리 속에서, 인류는 '할아버지의 역설'이라는 치명적인 모순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요?
사실, 이전부터 이론 물리학계는 두 가지의 유력한 해결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하나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 즉 인과율 자체가 파괴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
이 가설에 따르면, 시간 여행자가 과거를 바꾸려 할 때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어떤 메커니즘이 개입하여, 그 행동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를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기묘한 우연에 휘말려 만날 수조차 없게 되는, 그야말로 소름 돋는 시나리오죠.
즉, 과거를 바꾸려는 의지는 존재할 수 있어도, 물리 법칙 그 자체가 거대한 벽이 되어 그것을 막아선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자기 모순 방지(Self-consistency)'라 불리는, 우주적인 '역사 수정 시스템'이 과거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를 무효로 돌려버리는 방법입니다.
최근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두 번째 가능성이었는데요.
연구팀은 바로 이 '자기 모순 방지'라는 놀라운 가능성을,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그리고 열역학이라는 세 가지 물리학으로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놀라웠는데요.

먼저 양자 역학적으로는, 시간 여행자가 루프의 끝에서 시작점으로 돌아올 때, 그의 몸과 소지품 등 모든 것의 양자 상태가, 여행을 시작하던 그 순간의 초기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여행 막바지에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해 만신창이가 되었더라도, 시간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 상처 하나 없던 출발 당시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되는 것과도 같죠.
하지만 더욱 결정적인 단서는, 열역학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간 여행의 전반부에는 여행자의 기억과 각종 측정 데이터가 쌓이며,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행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믿을 수 없는 '엔트로피의 역행'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시간 루프가 끝나기 직전에는, 이 모든 엔트로피가 거의 완벽하게 초기 상태로 되돌아갔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충격적입니다.
한번 형성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기억'마저도,이 과정에서 '강제 소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었죠.

SF적으로 표현하자면, '과거의 나 자신과 만났다는 기억'조차 루프의 끝에서는 한 점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이 궁극적인 안전장치에 따르면, 설령 당신이 할아버지 살해에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행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살해의 기억과 증거, 심지어 할아버지가 입었을 피해까지도 엔트로피 감소와 함께 서서히 소멸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루프의 경계에서 최종 리셋이 이루어지면, 당신은 '할아버지를 죽이려 출발했던' 바로 그 상태로 되돌아가고, 세상에는 '할아버지는 살해당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이 남게 되죠.
물론 연구에서는 인간의 복잡한 기억과 행동을 물리 방정식으로 단순화했습니디.
하지만 시간 루프 속 특별한 물리 법칙 때문에 모든 것의 엔트로피(무질서함)가 거꾸로 감소하기 시작하며, 이 과정이 기억과 흔적마저 지워 모든 것을 초기화한다는, 일련의 흐름은 매우 강력한 결론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인과율의 모순은, 이 시스템 안에서 '애초에 일어날 수가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겁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시간 루프 전체에 걸쳐 작동하는 이 거대한 역사 수정 시스템과, 경계에서의 완벽한 리셋 기능이 '할아버지의 역설'을 막아낸다고 결론지었죠.
하지만... 어쩌면 가장 흥미로운 수수께끼는, 바로 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리셋'의 순간에 숨어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이야기의 가장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수수께끼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바로 '저자 없는 책'과 '근거 없는 기억을 가진 사람'의 출현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들이, '닫힌 시간꼴 곡선(CTC)'의 세계에서는 결코 모순이 아니라고 연구팀은 말하고 있죠.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그 열쇠는 앞서 살펴본 '엔트로피의 역행'에 숨어있습니다.
시간의 고리 안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최소 엔트로피 지점', 즉 우주의 질서가 가장 정돈된 순간이 존재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보통의 세계에서는 '저자'라는 원인이 있어야 '책'이라는 결과가 생기지만, 이 최소 엔트로피 지점에서는 인과관계의 사슬이 잠시 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치 텅 빈 진공에서 입자가 저절로 생겨나듯, '열역학적 요동'이라는 현상을 통해 무(無)에서 고도로 정돈된 정보, 즉 '책'과 같은 존재가 확률적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되죠.
'열역학적 요동'이란, 에너지나 입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이다가, 우연히 특정 형태나 상태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덕을 말합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이런 우연만으로, 완벽한 책 한 권이 만들어질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닫힌 간 곡선안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는데요.

시간이 영원히 순환하기 때문에, 이 '거의 0에 가까운 확률'에 도전할 기회가 사실상 무한대로 주어지게 됩니다.
이는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될 때까지, 무한히 복권을 사는 것과도 같죠.
통계적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그 순간이 찾아올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겁니다.
"과거의 원인도 없이 완벽한 책이 나타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론의 세계는 원래부터 불확실성과 확률로 가득 차 있으며, 시간 곡선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이 희박한 확률을 현실로 끌어내는 무대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이 놀라운 현상이 책이 아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난다면, 열역학적 요동으로 우연히 조합된 신경세포들이 아무런 실제 경험 없이도, 정교하고 방대한 '근거 없는 기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과도한 '우연'에 기댄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 곡선 내부의 독특한 물리 법칙은, 단순히 '우연히 한 번 일어나는' 수준을 넘어, 루프가 반복될 때마다, 이 기묘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시간 루프가 가진 구조적인 특징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러한 시나리오는 기존의 시간 여행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기묘하고도 부조리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과거를 직접 바꾸는 대신, 시간의 고리 안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질서와 기억.
하지만 최신 물리학은, 이것이 더 이상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기게 되는데요.
'늙은 내가 젊은 나를 만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설령 당신이 닫힌 시간 곡선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마주쳤다 하더라도, 그 만남은 물리적으로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또 다른 나를 만났다는 기억은, 시간 루프의 끝에서 어차피 지워질 운명이니까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당신이 마주친 그 존재가 '어느 시점의 당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존재는, 그저 최소 엔트로피 지점에서 우연히 당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된, 당신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또 다른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 존재가 다른 시점의 당신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도, 그럴 이유도, 루프의 끝에서는 모두 사라져 버리죠.
그리고 그 대가는 처절합니다.
인과율이라는 우주의 대원칙을 지키는 대가로, 모든 기억은 잊히고 모든 흔적은 사라지게 됩니다.
시간 여행자는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영원한 순환 속에 남겨지게 됩니다.

이제 모든 논의의 종착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다다릅니다.
설령 '닫힌 시간꼴 곡선'이 실제로 존재하고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더라도, SF 영화에서처럼 과거를 바꾸는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죠.
오히려 양자 역학과 열역학, 그리고 상대성 이론이라는 세 개의 거대한 물리 법칙이 서로 얽혀들며, 시간 여행자를 위한 궁극의 안전장치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억과 엔트로피를 여행의 출발점으로 되돌려, 결과적으로 그 어떤 역설도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버리는 완벽한 '리셋' 시스템.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시간 여행의 진실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만약 먼 미래에 인류가 시간 여행 기술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 여행자는 자신이 겪은 기이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들려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모든 기록과 기억이 우주의 법칙에 의해 깨끗하게 지워질 운명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시간 여행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장대한 모험이 아니라, 그저 고독하고 작은 세계 안에서 완결되는 그들만의 경험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러한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오랜 꿈이었던 시간 여행이 이토록 무력하다는 사실에 실망할 수도 있죠.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보면, 이것은 실망이 아닌,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인과율의 수호자', 즉 우주의 위대한 보호 장치를 발견한 것과 같습니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답답한 제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질서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가장 근본적인 안정성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닫힌 시간꼴 곡선'에 대한 연구가 주는 진정한 가치는, 할아버지의 역설을 해결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데요.
현대 물리학은 이 기묘한 시간의 고리를 통해 '인과율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그리고 '중력과 양자는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와 같은,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거대한 시공간의 구조를 다루는 일반 상대성 이론, 다른 한쪽에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론.
이 두 거대한 이론의 통합은 현대 물리학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그리고 '닫힌 시간꼴 곡선'은, 바로 이 두 이론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최전선과도 같은 곳이죠.
최근 과학자들은 '홀로그래피 원리'라는 새로운 지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는 고차원의 중력 이론이 저차원의 양자 이론과 같을 수 있다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인데요.
과학자들은 이 원리를 통해 블랙홀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듯, 시간의 고리가 생성되고 또 스스로 모순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규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는 끝내 시간의 문을 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문을 두드리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미래의 물리학이 시간과 인과율의 비밀을 어디까지 파헤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끝에서 우리의 세계관이 어떻게 뒤바뀔지도요.
하지만 인류 최대의 로망이라 불리는, 이 위대한 탐험이 우리에게 남기는 마지막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무한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당신은 왜, 지금 여기에, 단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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