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 있습니다.
시간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모든 것은 결국 무질서해진다는 거대한 흐름처럼 말이죠.
하지만 만약, 이 세계의 거대한 법칙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과학자들은, 이 세계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 중 하나를 '속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는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무너뜨리는,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도였죠.
과연 인류는 자연의 절대 법칙을 속이는 데 성공했을까요?
아니면 거대한 자연이, 그 오만한 시도를 먼저 눈치채고 막아섰을까요?
이번 연구는 Physical Review Letters에 정식 게재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하나의 절대적인 대원칙이 있습니다.
에너지는 결코 '스스로'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는 것.
과학자들은 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은 세상의 그 무엇도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절대적인 법칙이죠.
방 안에 놓아둔 물이 주변의 열을 흡수해서, 저절로 끓어오르는 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거대한 법칙은, 인류의 오랜 꿈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기도 했는데요.
그 꿈은 바로 '영구기관'입니다.
한번 움직이면 외부의 도움 없이 영원히 작동하는 꿈의 장치를 말하죠.
인류는 수백 년간 이 매혹적인 기계를 만들기 위해 도전해 왔었습니다.
만약 성공만한다면, 이 세상의 에너지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와 좌절의 역사 속에서, 인류는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요.
영구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흩어진 에너지를 손실 없이 완벽히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에너지를 되돌리는 기술은, 우주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흩어진 에너지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추가적인 대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되돌리는 대가는 바로, 전기나 화석 등의 추가 연료였습니다.
즉, 영구기관의 실패는 인류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는데요.
이 세계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질서, '에너지는 반드시 흩어진다'는 절대 규칙이 그 존재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예외란 없는 것일까요?
인간의 지혜가 파고들 만한 아주 작은 틈새조차,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거대하고 절대적인 법칙.
하지만 그 법칙의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어떨까.
과학자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바로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기묘한 '미시 세계'였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알던 세상의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곳.
주변의 미세한 '열의 떨림'으로 인해, 에너지의 흐름이 확률적으로 뒤바뀌는 일들이 아주 잠깐씩 일어나는 곳이죠.
본래라면 결코 일어나선 안 될, 기적과도 같은 현상들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 과학자들은 이 미시 세계의 혼돈을 분석할 새로운 도구를 손에 넣게 되었는데요.
이 도구는 '확률론적 열역학'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물리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도구는, 아주 놀라운 예측을 내놓게 됩니다.
그 놀라운 예측은 바로 미시 세계에서, '공짜'로 에너지를 얻는 행운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행운의 확률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이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제한이 걸려 있었습니다.
즉, 자연을 속여서 몰래 에너지를 빼돌리는 잠깐의 행운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영원히 계속될 수 없으며, 결국 그 행위마저도 언젠가 자연에 의해 들통날것이다라는 겁니다.
정말로 자연은 우리가 몰래 비집고 들어갈만한 '틈새' 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예측일 뿐입니다.
실험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마침내 자연이 눈치챌 수 없는 틈새가 정말로 없는지 직접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인류의 가장 대담한 도전이, 마침내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을 시험대에 올리게 된 겁니다.
과연 그들은 이번 실험에서 무엇을 보게 되었을까요?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아주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그것은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느다란 판자 형태의 용수철, 이른바 '마이크로캔틸레버(microcantilever)'였습니다.
이 장치는 너무나도 작고 가벼워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 분자들의 무수한 충돌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겉보기에는 고요하게 멈춰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끝은 쉴 새 없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잎 하나가,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흔들리는 모습과도 같죠.
이 작은 용수철은, 가만히 놓아두어도 주변의 미세한 영향으로 항상 조금씩 떨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외부의 간섭이 없는, 가장 자연스럽고 에너지가 낮은 '안정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 용수철 바로 옆에 특수한 전기 장치 하나를 설치했는데요.
이 장치에 전압을 가해 변화를 주면, 용수철은 더 높은 에너지의 '불안정한 상태'로 강제로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세상의 어떤 것도 공짜로 움직이지 않듯, 이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라는 외부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하죠.
이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 이 작은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대전제였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대전제는, 미시 세계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법칙의 눈을 속이는 단 한 번의 시도.
과연 과학자들의 자연을 속이려는 기만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때로는 가장 위대한 발견이, 가장 교묘한 속임수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이 자연의 법칙을 '속이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기존의 법칙대로라면, 용수철이 약하게 떨고 있을 때 전압을 서서히 높여야 합니다.
이때는 외부 에너지가 차근차근 전달되면서, 용수철의 진동도 점차 강해지죠.
이것이 바로 에너지를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기존의 법칙에 의거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른 방법을 썼는데요.
그들은 용수철이 가장 흔한 '안정 상태'에서 약하게 떨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뒤, 용수철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전압을 순간적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용수철은 아직 그대로인데 주변 공간의 에너지 레벨만 순식간에 '높은 상태'로 변하게 되었죠.
그리고 용수철은 그 높아진 에너지 상태에 맞춰, 마치 스스로의 힘으로 진동을 키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속임수'의 전말입니다.
과학자들은 용수철을 서서히 강하게 진동시키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지불하는 대신, 아주 적은 제어 에너지만으로 똑같이 '강하게 진동하는 상태'를 만들어낸 겁니다.
즉, 거대한 자연의 법칙을 순간적으로 속여서, 공짜 에너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하게 된 거죠.
그리고 이 꼼수는, 믿을 수 없게도 95%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 경이로운 결과는, 고전적인 열역학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 '확률적 열역학'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95%의 성공. 과학자들은 마침내 자연의 허점을 발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자연을 속인 것이 맞을까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이러한 얄팍한 꼼수를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이 금단의 기술처럼 보이는 성공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자연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평균'이라는 이름 아래에 숨겨져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시도에서 공짜에 가까운 이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자연은 아주 드물게 '치명적인 실패'를 일으켜 훨씬 더 큰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거대한 불운이, 수많은 작은 행운들을 모두 무효로 만들어 버린 거죠.
그렇다면 어째서 우주는 그토록 관대하게 95번의 행운을 허락하고, 단 5번의 불운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 걸까요?
순간적인 자기장의 조작을 통해 용수철이 순간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에 놓여지게 된 건 확실히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용수철은, 다시 낮은 에너지의 상태로 굴러떨어져야만 했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어, 결국 시스템 전체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치명적인 실패'의 전말이었습니다.
결국, 95%의 이득을 얻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바로 그 구조 때문에 5%의 필연적인 '실패'를 만들어낸 겁니다.
그리고 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실패'야말로, 열역학 제2법칙이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해 둔, 궁극적인 '정산 시스템'이었던 거죠.
그것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필연적인 대가'였던 겁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자연의 절대적인 법칙을 잠시 속일 수는 있었어도, 결코 어길 수는 없었습니다.
최종 승자는 언제나 정해져 있었던 겁니다.
결국 법칙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95%의 '순간적인 성공'은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종종 더 위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 95%의 성공만을 교묘하게 골라내어, 이득만 챙기는 진정한 '이득 기관'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각각의 시도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일일이 측정하여 성공한 결과만을 골라내는, '맥스웰의 악마'와 같은 지적 존재가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이 '악마'가 성공과 실패를 구별하는 행위, 즉 '정보'를 얻는 과정 자체에 또 다른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결국 이득을 보기 위한 노력은, 또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이번 실험이 자연의 허점을 찌른 것처럼 보였음에도, 우주의 거대한 법칙은 끝내 파괴되지 않은 이유이죠.
이번 성과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 한 번의 사건'과 '수많은 사건의 평균값'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간극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결국 '평균'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이며, 그 테두리 안에서 개개의 미시적 사건들은 이처럼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우리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인간은 아주 잠시, 스스로의 지혜로 거대한 자연을 속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95%라는 높은 확률로 법칙의 감시를 피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자연은 단 한 번도 속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95%의 '행운' 뒤에는, 반드시 5%의 '대가'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었죠.
마치 정교한 직물처럼, 하나의 실을 당기면 반대편 실이 반드시 딸려오듯, 우주는 스스로의 균형을 맞추는 절대적인 규칙을 이미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발견한 것은 법칙의 '틈새'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틈새도 결국 메워지고 마는, 자연의 더 깊고 위대한 '설계'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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