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ETC

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자를 이식받은 원숭이를 폐기한 이유

신비과학 2020. 6. 24. 23:00

인간의 뇌와 다른 영장류의 뇌는 크기 면에서 확실하게 구별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두 영장류의 뇌 크기가 왜 다른건지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비단마모셋(Callithrix jacchus)이라는 원숭이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해 왔는데요.

얼마전에 발표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두 영장류의 뇌 크기가 달랐던 이유는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원숭이의 태아에 인간의 특정 유전자를 이식하자 뇌의 크기가 확연하게 커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ARHGAP11B"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유전자이며, 사고, 판단, 이해 등 고급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피질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사실 ARHGAP11B 유전자는 우리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유전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조상이 침팬지와 인간으로 분기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약 500만년 전.

인간의 몸에는 ARHGAP11B의 조상격이 되는 원시 형태의 유전자(ancestral  B)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원시 유전자는 약 150 ~ 50만 전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었고, 지금의 ARHGAP11B 유전자로 변화된거죠.

돌연변이에 의해 생겨난 ARHGAP11B 유전자는 인간의 뇌 진화에 아주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의 뇌(오른쪽)

최근에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원숭이의 태아에 이식했습니다.

그러자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요.

원숭이 태아의 뇌가 마치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진화되어온 과정과 비슷하게 급격히 성장하게 된겁니다.

유전자 이식 후 101일이 지나 확인해본 원숭이의 뇌는 신피질이 더욱 커졌고, 인간과 같은 수준의 주름이 생겼으며, 신경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의 종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ARHGAP11B 유전자가 동물에게 이식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영장류가 아니라 실험용 쥐에게 이 유전자가 이식되었죠.

이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쥐의 뇌가 확연하게 커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때 이식된 유전자의 수가 인간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의 수를 훨씬 초과했었기 때문에, 뭔가 다른 원인에 의해서 뇌가 성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쥐는 결정적으로 영장류가 아닙니다. 

즉,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이 유전자가 우리의 조상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번의 실험을 통해, 이 유전자가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뇌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는 인간이 걸어온 진화의 과정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커다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ARHGAP11B 유전자는 지적 장애, 조현병, 뇌전증 등의 질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전부터 생각되어 왔는데요.

우리가 이 유전자에 대해서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질병들도 정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쉽게도 이 원숭이의 태아는 100일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제거되었습니다.

인간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영장류가 우리의 세상에 들어오는 것이 윤리적인 선을 넘는다는 판단에서 였죠.

만약 그대로 계속 성장했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결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서긴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결정이 올바른 걸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이번의 발견을 통해 인간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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