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먼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작은 탐사선들을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저 작은 탐사선이 어떻게 막대한 연료도 없이, 수십억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플라이바이(Fly-by)'라는 아주 영리한 방법에 있습니다.
탐사선은 행성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 행성이 가진 강력한 중력과 공전 속도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 힘을 통해, 마치 새총에서 튕겨나가듯 더 빠른 속도를 얻어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지난 수십 년간 '플라이 바이'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에 따라,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작동해 왔습니다.
모든 계산은 정확했고, 탐사선들은 우리가 예측한 그대로의 에너지를 얻어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지구를 스쳐 지나간 직후, 이 완벽한 계산에 '오류'가 발생하게 된 건데요.
갈릴레오 탐사선이, 예측했던 것 보다 초속 약 3.9mm만큼, 더 빨라진 겁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이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었죠.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탐사선을 살짝 더 밀어준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십 년간 우주 항해의 절대 법칙으로 여겨졌던 중력 방정식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대체 이 예측할 수 없었던 '유령 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것이 바로,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는 미스터리, '플라이바이 변칙(Fly-by Anomaly)'의 시작이었습니다.
초속 3.92밀리미터.
언뜻 들으면 아주 사소한 오차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숫자는, 아인슈타인의 완벽한 계산에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될 '유령'입니다.
만약 갈릴레오 탐사선만 겪었던 현상이었다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요.

1998년, 소행성 에로스로 향하던 NEAR 슈메이커 탐사선은, 지구를 스쳐가며 초속 13밀리미터라는, 훨씬 더 큰 미확인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2005년, 혜성을 만나러 가던 로제타 탐사선 역시, 초속 1.8밀리미터의 '유령 에너지'를 기록했죠.
심지어 토성을 성공적으로 탐사했던 카시니 탐사선마저, 1999년 지구 플라이바이에서 이 미스터리한 현상을 겪었습니다.
이제 플라이바이 변칙 현상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명백하게 반복되고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새로운 '법칙'임이 분명해졌죠.
그런데 이 반복되는 변칙 현상 속에서, 가장 기묘하고도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유독 우리 행성, 즉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만 뚜렷하게 관측되었다는 점입니다.
목성이나 금성 등 다른 행성의 플라이바이에서는, 이런 변칙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죠.
더욱 이상한 것은, 탐사선이 얻는 추가 에너지의 양이, 탐사선이 지구의 자전 방향과 어떤 각도로 들어오고 나가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지구가 자신의 회전력을 이용해, 특정 경로를 지나는 탐사선에게만, 비밀스러운 에너지를 나눠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암튼, 이제 탐사선의 기계적 결함이나, 우리의 계산에 실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미스터리의 진원지는, 바로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행성, '지구' 그 자체였습니다.
수십억 년 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우리의 고향, 지구는 대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
반복되는 미스터리 앞에서, 전 세계 과학자들은 모든 가능성을 용의선상에 올렸습니다.
가장 먼저 지목된 용의자는 바로 '인간의 실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계산에 틀렸던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이 가설은 가장 먼저 기각되었는데요.
NASA와 ESA의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매달려 검토를 반복했지만, 이 미스터리한 에너지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오류는 단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범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두 번째 용의자는 '우주 환경의 방해'였습니다.
혹시 탐사선이 스쳐 지나갈 때 발생되는, 지구 대기의 마찰 때문은 아닐까?
혹은 강력한 태양풍이 뒤에서 밀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가설 역시 금방 기각되었는데요.
만약 대기 마찰이 원인이라면 반대로 속도가 줄어야 했고, 태양풍의 영향이었다면 지구에서 멀어질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탐사선은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미세하게 '가속'되었고, 이 기묘한 현상은 오직 지구 옆을 지나는 짧은 순간에만 나타났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가장 대담하고 불편한 가설과 마주하게 됩니다.
세 번째 용의자, 바로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 그 자체의 문제입니다.
지난 100년간 시공간의 원리를 설명하며, 우주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준 위대한 이론.
블랙홀의 존재부터 중력파까지,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예측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이론이,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불완전한 이론'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죠.
플라이바이 변칙은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학의 첫 번째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소름 돋는 마지막 용의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지구 주위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라는 가설인데요.
빠르게 회전하는 지구의 자전 효과가 시공간에 미세한 뒤틀림을 만든다거나, 대칭적이지 않은 지구 내부의 질량 분포가, 특정 궤도를 지나는 탐사선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입니다.

심지어 몇몇 과학자들은, 지구 주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짙게 뭉쳐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죠.
탐사선이 바로 이 암흑물질과 미세하게 상호작용하며, 미스터리한 추가 에너지를 얻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것도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모든 가설들이 실패한 지금, 우리는 하나의 근본적이면서도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우리가 매일 발 딛고 사는 이 행성의 중력이, 그리고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이, 사실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무언가에 의해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처음으로 미지의 에너지를 얻은 1990년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인류의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플라이바이 변칙'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죠.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제시된 그 어떤 가설도 이 기묘한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며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지구의 중력.
하지만 이 힘은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가장 위대한 발견은 저 먼 우주가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인류의 가장 위대한 탐사는, 어쩌면 모든 것의 시작점이었던 바로 이곳.
'지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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